2014. 3. 4. 13:34ㆍINSIGHT
지난해 한 케이블방송에서 시리즈로 진행했던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애청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중장년층의 배우들과 젊은 스타가 한 조가 되어 해외 각 여행지를 돌아보는 과정과 여기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그린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시리즈가 그것이다. 이 프로그램이 방영되던 시기에 ‘여행지의 절경’, ‘드라마틱한 편집기법’, ‘중장년 배우들의 새로운 면모’ 등과 함께 세간에 뜨겁게 회자가 되던 부분이 소위 ‘짐꾼’이라는 타이틀로 가이드 역할을 했던 두 배우들에 대한 비교였다. 특히 치밀한 계획과 여행지에서의 임기응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서양문화에 대한 높은 이해로 ‘짐꾼’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던 배우 이서진과 달리, 공부 잘하는 모범생 ‘엄친아’라는 그 동안의 이미지를 깨고 오히려 세상 물정 모르는 ‘짐’ 취급을 받는 이승기의 모습은 이 프로그램을 보는 이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무지한 여행객들을 이끄는 가이드 역할을 동일하게 수행하며, 한 사람은 훌륭한 ‘짐꾼’으로 인정을 받고 다른 한 사람은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짐’으로 취급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에서 듣고 보는 모든 일을 내가 일하는 분야의 방식과 잣대로 저울질 해보는 것이 모든 직업인들이 가진 직업병인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의 단초를 홍보맨, 특히 홍보회사 AE들의 역할에 대해 비교해 보는 것에서 찾게 되었다. 여행과 홍보라는 다소 이질적으로 보이는 분야이지만, 해야 하는 미션과 이를 위해 필요한 자질의 측면에서 여행가이드와 홍보회사 AE는 많은 유사점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화제를 모았던 TV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와 <꽃보다 누나>. 능동적인 가이드 '짐꾼'이 될 것인가, 부담스러운 '짐'이 될 것인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홍보회사 AE의 역할과 자질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미지 출처 : '꽃보다 할배' 페이스북)
고객사의 업무를 담당하며 오히려 <짐>으로 여겨지지 않고, 제대로 된 <짐꾼>으로 도움이 되는 AE가 되려면 어떤 점을 갖추어야 할까.
먼저 홍보회사의 AE는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여기서의 ‘다양한’이라는 의미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와 대비되는 것으로, 다방면의 지식과 경험을 보유해야 함을 뜻한다. 물론, 깊이와 넓이를 모두 아우르는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물리적인 한계로 굳이 한 쪽을 택해야 한다면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 쪽이 홍보회사 AE에게 훨씬 더 적합하다. 항상 새로운 분야와 기업을 담당해야 하는 홍보회사 AE들에게 상황에 따라 필요한 분야에 대한 빠른 지식습득과 대처능력은 이러한 다방면의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어야 가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홍보 AE는 정치, 경제, 사회 분야에서부터 연예, 스포츠, IT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과거의 일부터 최신 핫이슈까지 어떠한 분야의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소위 ‘아는 척’을 하며 대화에 동참할 수 있어야 한다. AE들이 자신의 능력을 향상 시키는 데 있어서 사내·외 교육이나 학원, 그리고 이를 통한 기술습득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란 생각을 갖는 것은 마치 ‘바벨탑을 쌓는 것’과 같이 비현실적이면서도 동시에 오만한 일이다. 물론 기술적인 부분에서 홍보에 대한 스킬과 노하우는 ‘좋은 AE’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여기에 제너럴리스트로서의 폭넓은 지식이 겸비되어야만 비로서 필요충분조건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부족한 사회경험과 여행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불필요한 존재로 취급 받았던 젊은 인기 가수처럼고객사들에 오히려 ‘짐’으로 취급 받는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일상생활 속 다양한 정보에 귀를 열어두고 이를 본인의 것으로 만들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진정한 짐꾼이 되기 위한 AE의 두 번째 덕목은 ‘센스’이다. <꽃보다 누나>의 짐꾼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보인 이유는 비단 지식의 부족뿐만은 아니었다. 자신의 역할에 필요한 센스가 부족해 알고 있는 지식조차 제때 발휘가 되지 못하고, 동반자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읽어내지 못하면서 생기는 좌충우돌 장면도 중요한 몫을 차지했다.
홍보 AE에게 센스란 다양한 지식과 뛰어난 능력이 제때 제대로 성능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한다. 아무리 좋은 성능의 엔진과 부품을 가진 자동차도 윤활유가 부족하면 그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듯, 센스가 부족한 AE는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그 뛰어남이 ‘공허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책상 앞에서 연구를 하는데 사용하는 학자와 달리, AE가 하는 업무의 대부분은 타인과 진행하기에 상대의 정확한 니즈를 파악하고, 또 적재적소에 알맞은 솔루션을 내놓기 위해서는 업무 및 커뮤니케이션에 센스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센스의 유무는 얼마나 외부환경에 민감하냐에 달려 있다. 자기 혼자만의 생각에 천착되어 그것이 맞든 틀리든 ‘마이웨이’만을 고집하는 사람과 달리, 센스가 있는 사람은 항상 외부환경에 안테나를 세우고 이를 자신의 행동에 반영하려는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홍보 AE의 경우에도 고객사 등 함께 일하는 상대와 외부환경, 트렌드에 대한 민감 지수를 끌어올리고 이를 자신이 하려는 업무에 적용할 수 있을 때, 비로서 센스 있는 진정한 ‘짐꾼’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가이드(Guide)’라는 단어에는 기본적으로 ‘능동적’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안내하고 이끌어야 하는 기본 책무와 달리, 오히려 고객들의 의견에 좌지우지 되며 시키는 것을 이행하기에도 벅찬 팔로우어(Follower)처럼 행동하는 모습은 젊은 톱스타를 ‘짐’처럼 여겨지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였다. 즉, 능동적인 가이드는 ‘짐꾼’으로 인정받지만 수동적인 가이드는 ‘짐’으로 취급 받는다.
‘컨설턴트’를 지향하는 홍보회사 AE들에게도 이러한 ‘능동적인 추진력’은 타인으로 하여금 스스로의 가치를 저울질하게 만드는 시금석이 된다. 동일한 업무를 하면서도 단순한 ‘전달자’로 포지셔닝할 것인지 아니면 ‘전문가’로서 인정을 받을 것인지는 이러한 능동성이 결여되었는지 아닌지에 달려 있다. 업종에 따라 단순한 ‘전달자’도 그 의미가 큰 분야도 많겠지만, 적어도 홍보회사와 함께 일을 하는 고객들의 입장에서 ‘전달자 AE’는 ‘짐’으로 여겨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능동적인 추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항상 ‘한 발 앞서겠다’는 마인드를 겸비하고 있어야 한다. ‘상대가 생각하기 전’, ‘상대가 말하기 전’, ‘그리고 어떤 일이 벌어지기 전’ 한 발 앞서서 ‘먼저 생각하고’, ‘먼저 제시를 하고’, ‘미리 예측을 하여 기획을 하는’ 것이 그것이다. 흔히 말하는 갑을 관계와는 어울리지 않고 아이러니하게 보이지만, 필자의 경험상 높이 평가를 받는 홍보AE들은 공통적으로 ‘시키는 것을 잘하는 사람’보다는 ‘고객사에 많은 것을 시키는 사람’이었다.
홍보회사 AE에게 있어 ‘컨설턴트’나 ‘짐꾼’으로 인정받을지, 아니면 ‘심부름꾼’이나 ‘짐’으로 전락할지는 기술적인 테크닉보다는 경험, 자세, 마인드 등에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AE라는 직업을 업으로 살아가며 하루하루 테크닉 향상에만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면, 한번쯤 잠시 멈춰 서서 위와 같은 기준에 본인은 얼마나 부합하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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