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거시미디어, 디지털 생태계에 스며들다

2021. 7. 12. 14:25INSIGHT

디지털 플랫폼 발달로 전통매체 파워가 약해졌다고들 한다. 미디어 생태계 변화와 디지털 홍보 수요 증가는 언론홍보 담당자로 하여금 존재론적 고민에 빠지게 한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도 언론홍보는 필요하고 또 유효하다. 문법이 다를 뿐, 전통매체는 여전히 홍보업계의 중요한 파트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전통매체가 어떻게 대응하고 변화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언론이 위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매일 생산/소비되는 뉴스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일례로, 우리는 하루 종일 뉴스를 본다. 매일 아침 포털 앱에서 기사를 확인하고, 점심시간에는 식당 한 쪽 TV24시간 뉴스 채널을 접한다. 일과 중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이라도 하게 되면 적지 않은 비율로 검색 결과 우측의 많이 본 뉴스’, ‘분야별 주요 뉴스헤드라인에 눈이 간다.

 

유튜브에서의 뉴스 소비도 일상화되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0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동영상 플랫폼을 통한 뉴스 이용은 20186.7%, 2019 12.0%, 2020 24.4%로 매년 두 배씩 증가해왔는데, 이중 이용률이 가장 높은 것은 유튜브(95.1%). 젊은 층일수록 네이버(77.6%)나 유튜브(42.7%) 등 플랫폼 자체를 언론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뉴스 유통 주도권의 이동과 언론/비언론의 탈경계화 속에서 전통 언론사들은 유튜브 등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거나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는 한편 콘텐츠 차별화와 독자와의 소통에 적극 나서며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주요 방송사 유튜브 뉴스 채널은 구독자 수가 대부분 100만 명 이상이다. 24시간 보도전문 채널의 정체성을 유튜브로 가져온 YTN은 구독자가 243만 명이 넘는다. 공식 뉴스 채널 외에도 크랩’(KBS), ‘엠빅뉴스’(MBC), ‘14F’(MBC), ‘소비더머니’(MBC), ‘스브스뉴스(SBS), ‘비디오머그(SBS) 등 연성 콘텐츠를 다루는 서브 채널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뉴스 유료화 흐름도 전통매체 변화의 한 . 뉴스 유료화는 네이버가 유료 콘텐츠 플랫폼 프리미엄콘텐츠를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언론사 등 콘텐츠 제작자에게는 수익을, 소비자에게는 양질의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는 취지다. 오픈 전부터 이목이 집중됐던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는 현재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주요 언론사와 콘텐츠 제작사가 참여, 25개 채널이 운영 중이다. 다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공모델을 찾기가 어렵다. 스타트업 기반 뉴스레터와 콘텐츠 구독 플랫폼이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전통 언론사의 유료화 모델이 어떤 내용과 형태로 구현될지 개인적으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해외에서는 다수 언론사가 오래 전 유료화로 전환해 성과를 내고 있다. 1851년 창간된 레거시 미디어의 대명사, 미국 뉴욕타임스가 대표적이다. 2014디지털 퍼스트 기치 아래 조직 전반의 혁신 전략을 담은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는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었다. 뉴욕타임스는 전통 언론의 딱딱한 뉴스 포맷을 탈피해 뉴스를 정교한 문화상품으로 정의하고, 탐사보도에 디지털 스토리텔링 하는 등 고품질 저널리즘을 위한 실험을 꾸준히 해왔다. , 팟캐스트를 인수해 다양한 주제의 오디오, 영상 콘텐츠를 선보이고, 쿠킹, 퀴즈 같은 가벼운 유료 콘텐츠로 충성 독자를 확보했다.

 

기성 언론은 이처럼 미디어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며 디지털 생태계에 스며들고 있다. 그렇다면 변화하는 전통매체를 통해 기업이나 브랜드를 알리고 PR메시지를 녹여내야 하는 홍보담당자는 어떤 고민이 필요할까.

 

너무 소비된 단어라 의미가 퇴색했습니다만, 콘텐츠 과공급 시대에 어느 때보다 필요한 것이 ‘진정성’인 듯싶다. 진짜와 가짜가 뒤섞이고 파편화된 정보와 불필요한 콘텐츠가 난무하는 요즘, 소비자는 진짜에 목이 마른다. 수많은 정보 가운데 언론사 콘텐츠를 선택할 때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믿을 수 있는 정보이기를, ‘진짜이기를 기대할 것이다. , 다들 느끼겠지만 요즘 대중은 민감하다. 때문에 과대 포장은 득보다 실이 큽니다. 단순한 제품 리뷰라도 칭찬 일색보단 소비자가 꼭 고려해야 할 단점이나 한계점을 적정 수준에서 알려주는 것이 오히려 진정성 있게 느껴진다.

 

동영상 시대에도 글쓰기는 여전히 중요. 오히려 더 중요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보도자료, 프레스킷, 사보 등 PR material 대부분이 텍스트로 구성된다. 영상이나 이미지, 오디오 등으로 콘텐츠 형식이 달라지더라도 피칭 포인트를 얼마나 잘 표현해 전달하는가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기도 한다. 커뮤니케이션에도 텍스트가 중요하다. 매번 얼굴 보며 말로 설명하면 참 좋은데 바쁜 현대인이라 그러지 못하니 메일이나 메신저로 소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도 기본은 ’이.

 

구별할 줄 아는 안목도 필요. 넘치는 정보 속에서 사실과 거짓, 옳고 그름, 호와 불호, 상식과 비상식 같은 것을 구별하는 능력 말이다. 기업과 브랜드가 가진 PR자산에서 타깃(고객사, 소비자, 기자, 인플루언서 등)에게 필요한 것을 선별해 플랫폼에 맞는 문법으로 전달하는 홍보담당자는 고객사에게도, 소비자에게도, 변화의 길목에 서있는 전통 언론에게도 좋은 동지가 될 것이다.

 

 

 

 

※ 이 글은 2본부 1팀 이정민 팀장이 기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