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26. 11:02ㆍINSIGHT
“아직도 거기 다녀? 진짜 좋은 회사인가봐?”
간만에 연락이 닿은 모 기자와 통화 후 머리 속에 남은 문장이다. 사실 이런 말은 이전에도 몇 번이고 들었었다. 솔직히 그땐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흘러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때와 달랐다. 많은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곰곰이 생각하게 됐다.
“전 직장 2년 반에 피알원 13년째. 벌써 15년이나 넘었구나”
몇 십년 홍보한 분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잘 버티고 있다는 생각은 확실했다.
며칠이 지나 베란다에 있는 화분이 눈에 띄었고 가지치기를 했다. 정리를 하니 확실히 곳곳의 포인터들이 더 건강해지고 깔끔해 보였다. 도구로 따진다면 오롯이 ‘전정가위’ 덕분이었다.
그때 문득 전정이라는 뜻이 궁금했다. ‘잘라낸다는 전(剪)’과 ‘정한다는 정(定)’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존버’할 수 있었던 건 무수히 많은 것들을 전정가위로 잘 자르고 잘 정했다고 말이다. 사람마다 자신만의 방법이 있겠지만 필자의 입장에서 기억에 남는 잘한 것들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경쟁률 최소 200대 3’
하루 이틀 이야기는 아니다. 언론홍보 담당자들에게 가장 큰 고충 중 하나는 기사 반영률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업 종사자라면 모두가 알고 있듯이 연합뉴스의 나비효과로 인해 유통 담당자 또는 홍보 이력이 얼마되지 않은 클라이언트의 어려움이 컸다. 기자마다 다르겠지만 제평위 활동으로 과거와는 달리 제약이 있음은 확실했다. 한 명의 기자가 약 10개의 기사를 소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5개 정도는 누구나 아는 대기업 또는 데스크의 오더 기사가 배치된다. 그리고 1~2개는 기자의 기사. 남은 3개 정도 기사에 자신의 클라이언트 뉴스가 나온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당연한 말일수도 있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꽤나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단신 노출일 경우엔 담당 기자의 기사 게재 현황 분석과 정보를 습득 후 가능함이 큰 쪽으로 어프로칭 해야만 한다. 그리고 해당 기자와의 릴레이션십을 강화하고 유지해야 한다. 또한 기획기사 활용도 노려 볼만 하다. 매주 지면 기사를 써야만 하는 특정 매체는 분명 있다. 이 역시 트렌드와 숫자라는 두 키워드를 십분 활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예전처럼 뿌리면 어느 정도 나오는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음이 확실하다. 확실한 타깃팅과 어프로칭이 필연적인 셈이다.
‘변화 무쌍한 노출 환경’
모든 비즈니스가 그렇지만 언론홍보 역시 매우 다이나믹하다고 생각된다. 과거 기업 입장에서 꼭 나가야만 하는 기사가 있다면 다양한 유가를 활용해 노출시킬 수 있었다. 10년 전에는 포커스-메트로 에드버토리얼, 5년 전에는 중앙일보-동아일보 섹션지, 3년 전쯤에는 네이버 주제판 서비스가 대세였다. 그리고 최근에는 네이버와 언론사의 공생관계가 정리되는 분위기로 이어지며 주제판의 실효성도 떨어지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매체와 제휴를 맺는 유가 기사도 쉽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모 다른 방법 없을까요?”라는 클라이언트의 질문에 모라 딱히 제시할 수도 없어 난감하기도 하다. 이럴 때는 과감히 언론홍보 보단 온라인으로 핸들을 트는 게 낫다. 충분히 재미 요소라는 소스도 강하게 담을 수 있고 게이트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경쟁 우위가 없다면 경쟁을 하지 마라’
잭 웰치(Jack Welch)가 남긴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홍보 업계에 있다 보면 자의던 타의던 경쟁 비딩이라는 필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물론 경쟁 우위를 갖추기 위해 무단히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때론 병풍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일례로 세계적인 모 기업이 글로벌 정책을 내세우며 비딩에 꼭 참여해주길 원했다. 하지만 워낙 오랫동안 한 홍보대행사와 부부처럼 지낸 히스토리를 안 상황에서 참여 여부 판단을 하기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결론은 오히려 간단했다. 그 기업에 대한 경쟁 우위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도전과 함께 어프로칭 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각이 안 나오는 판에는 들어가지 않는 것도 업의 연장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된다. 단 막연히 안 들어가겠다는 안일한 생각은 고이 접어두자.
홍보라는 직업. 분명 힘든 일임은 틀림없다. 그렇다고 막연히 꾹꾹 참지는 말자. 그리고 때론 과감하게 전정가위를 들고 어려움을 제거해 나가자. 그래야 오래 업을 이을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4본부 3팀 정규창 팀장이 기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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