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을 넘은 CSV의 물결, 그리고 네스프레소

2011. 11. 26. 23:29WORK

최근 국내 한 대기업에서 3세대 그린메모리 솔루션을 공개하면서,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데 최적의 모델로 이를 부각시켰다. 이 제품을 현재 전세계에서 운영되는 3200만대의 서버에 적용할 경우, 소비전력 절감과 IT관련 투자 이익은 증대시키면서 지구 환경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어, 전 인류의 삶에 기여하는 부분이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유가치 창출' 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이었다. 이 회사 뿐 아니라 현재 국내 많은 기업들이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이라는 새로운 경영 화두에 맞춰 기업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CSV가 흥미로운 것은 전에 없던 돌풍을 일으킬만한 이론이어서가 아니라, 현시대가 요구하는 기업 경영의 구체적인 실천 지침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브랜드의 이미지 제고를 항상 고민하는 홍보담당자들에게도 이러한 CSV 프로그램의 고안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서는 캡슐커피 업체로 알려진 네스프레소의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이 CSV를 적용하는 방식 등에 대해 살펴봤다.

 '요즘 같은 쌀쌀한 날씨에 어울리는 건?'
1초도 고민해볼 것 없이 진한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 커피를 떠올렸다면 당신은 이미 커피애호가다. 이처럼 커피를 즐기는 이들이라면 요새 한번쯤은 접해봤을 브랜드가 있다. 바로 조지클루니의 커피로 유명한 네스프레소다. 국내에서 인기를 끈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사실 네스프레소는 세계적인 식음료 제조 기업 네슬레의 자회사로 1986년에 설립된 이후 오랜 기간 R&D 과정을 거친 끝에 지금의 캡슐커피를 고안해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해, 현재는 일리나 이탈리코 같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프리미엄 포션 커피'(Preamium-portion
ed Coffee) 시장의 최강자로 자리잡았다.
네스프레소는 최상위 1~2%의 고급 원두만을 사용한 세계 최고 품질의 커피와 세렴되고 스타일리시한 커피 머신, 그리고 최고의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까다로운 전세계 커피애호가들을 만족시키며 지금의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 하지만 사실 이 같은 요인은 다른 브랜드들의 그것과 비교해 큰 차별점으로 와 닿지는 않을 것이다. 이쯤에서 네스프레소가 경쟁자들과 차별화되기 위해 기울인 노력 가운데 가장 특별한 '프로그램'과 그 의미에 대해 소개할 참이다.


까다로운 커피애호가들의 기준에 부합하는 최고의 커피로 남기 위해 네스프레소는 지난 2009년 지속가능 성장 플랫폼인 Ecolaboration™이란 프로그램을 론칭한 이후, 최근 2년 만에 에콜라보레이션™의 성과와 진행상황을 보고했다.
네스프레소 에콜라보레이션™이란 네스프레소가 하나의 기업이자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기업의 경제적 이익과 사회 공공의 이익 모두를 만족시키는 공유가치(Shared Value)를 실현시키기 위해 커피의 재배부터 캡슐의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행하는 모든 과정을 말한다.
에콜라보레이션™은 총 세 가지 영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먼저 네스프레소는 AAA지속가능 품질™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 1%의 최상급 원두의 미래를 보호하고 있다. 또한 네스프레소 회원들과 함께하는 캡슐 재활용 프로그램을 통해 사용한 캡슐의 재활용률을 2013년에는 75%까지 증가시키려고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한 알의 커피 원두가 한 잔의 커피로 재 탄생하기까지 네스프레소가 행하는 모든 비지니스적인 활동이 사회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관리함으로써, 탄소배출을 감소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사실 여기까지도 여타 기업들이 행하는 접근법과 큰 차별점을 못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 한번 가장 강조하고 싶은 개념이 있다. 바로 에콜라보레이션™의 근간이 되는 철학인 "Creating Shared Value"이다.


 


글로벌 경영의 화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속가능경영을 넘어 '공유가치 창출'에 이르렀다. CSV는 경영학 구루(Guru)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가 최근 자본주의의 위기를 지적하며 주장하고 나선 새로운 관점의 비지니스 전략으로, 진화한 개념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의미한다. 이는 한편으로 이제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은 존속할 수 없다는 시대흐름의 반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은 사회의 요구에 책임 있게 반응하는 CSR의 개념과도 다르다. 기존의 CSR이 실제 비즈니스와의 연관성이 떨어지고 단기적 프로그램에 집중해 평판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성을 지녔다면, CSV는 기업이 경쟁 우위를 가지면서 동시에 지역사회의 사회적, 경제적 호나경을 발전시켜가며 기업과 지역, 사회 모두 지속 가능한 선순환의 구조를 추구하는 전략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CSV는 기업의 역할과 책임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던 방식에서 탈피해 가치 창출을 위한 근본 전략과 가치 사슬을 새롭게 구성한다. 네스프레소는 바로 이러한 CSV를 근간으로 치밀하게 구성된 커피 생산 방식이자 경영전략을 따랐다.

이에 대해 마이클 포더 교수는 "네스프레소의 에콜라보레이션™은 커피 재배 농부들이 더 많은 양의 커피를 생산하고, 더 높은 가격에 커피를 판매할 수 있게 해 줄 뿐만 아니라 환경에 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혁신적인 프로그램으로, 자선으로 운용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며 "네스프레소는 커피 재배 농가들이 에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커피 품질을 개선할수록 그리고 더 지속가능한 커피용품드을 생산할수있도록 전략적으로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이는 분리와 거래의 사고방식이 아닌 기업과 사회적 도전 사이에서 발생하는 공조관계이며, 경제와 사회 발전의 핵심이다"고 평했다.

숨가쁘게 달려온 한 해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이 시점이면 자의 반 타의 반 지난 한 해의 성과를 되짚어보게 된다. 기업의 메시지를 알리고 보다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고자 사회공헌성의 무수한 이벤트/프로모션 또는 캠페인을 기획하고 실행하느라 분주하게 돌아가던 장면들이 한꺼번에 스쳤다가 지나간다. 그럴 때면 거의 동시에 던져지는 생각은 내년 화두에 대한 물음이다. 그리고 이것이 앞서 불쑥 CSV를 운운한 이유기도 하다. 벌써 많은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지만, 이제 CSV는 해외나 대기업의 사례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마이클 포더 교수가 오는 12월초 고나련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다. 국내 기업들도 CSV라는 새로운 경영 화두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 명분만 앞세워 연말에만 반짝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하는 책임이나 환원의 개념을 넘어서고자 할 것이다. CSV가 반가운 또 다른 이유다. 공유가치를 통해 기업은 더 큰 이익을 창출하면서 동시에 사회/경제적 가치를 함께 일궈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CSV는 단지 경영 화두로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확대될 것이다.

그렇기에 PR의 영역에서도 CSV의 메시지에 귀 기울이고, 이에 부합하는 프로그램과 캠페인을 개발해야 함은 물론이다. 매년 PR계획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PR대행사의 제안 프로그램에 단골손님은 CSR프로그램과 함께 이제는 CSV에 대한 고민도 수반되어야 할 때인 것이다. CSV는 소셜혁명이라는 커다란 흐름 속에 던져진 우리에게 가야 할 방향성을 잃지 않고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게끔 나침반이 되어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