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4. 25. 17:50ㆍINSIGHT
바야흐로 선거 시즌이다. 대통령 탄핵 및 궐위 라는 특수한 상황에 따라 짧은 기간 안에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속도감 있게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여느 선거에서도 항상 거론되지만, 이번 선거기간 중에 특히 ‘네거티브’라는 말이 자주 언급되는 것은 이러한 특수성에서 기인하고 있다. TV토론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정책대결은 실종되고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만이 난무한다’며 잠복돼 있던 ‘정치혐오증’이 다시 살아남을 느끼고, 각 진영의 후보들도 상대 측에서 제기하는 이슈에 대해 맹렬한 비난을 하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러나 ‘네거티브’라는 것을 비판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은 마치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의 한쪽 면만을 보고 결론을 내려버리는 것과 흡사하다. ‘네거티브’의 한쪽 면에는 ‘비방’, ‘선동’, 흠집내기’등이 자리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반대 측면에서는 ‘정확한 검증’,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라는 ‘포지티브’한 요소도 가지고 있다는 점 또한 과소평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Pixabay)
‘비방’과 ‘검증’ 사이의 네거티브
네거티브의 두 가지 성격을 잘 보여주는 유명한 판결이 있다. <뉴욕타임즈-설리번 사건>이라 알려진 이 판결은, 1964년 마틴루터킹 목사보호위원회가 뉴욕타임즈에 게재한 모금광고에 흑인에 대한 경찰의 탄압을 묘사하고 비난한 것에서 발단이 됐다. 해당 경찰관이 위원회 및 뉴욕타임즈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미연방대법원은 명예훼손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패소판결을 내렸다. 특히 아래와 같은 당시의 판결문 내용은 소위 ‘공인이론’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전해지며 ‘비방’과 ‘검증’ 두 가지 양면을 저울질하는 기준으로 통용되고 있다.
“공인의 경우, 명예훼손 여부 이전에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검증이 우선시 되고, 이에 의혹 제기자에게 현실적인 악의가 없는 한 의혹이 사실과 다르더라도 명예훼손은 성립하지 않는다. 또 현실적인 악의에 대한 입증은 의혹제기자가 아닌 피해를 주장하는 공인이 해야만 한다”
물론 공인의 명예보다는 국민의 알 권리에 무게를 두는 미국이나 서구권과 달리 한국에서는 이러한 ‘공인이론’이 상대적으로 낮게 인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선거를 통해 공직자가 될 후보들에게는 늘 ‘검증’이라는 야누스의 한 면으로 포장된 ‘네거티브’가 항상 따라다닐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요즘 유행하는 ‘내로남불’이라는 말과 같이, 후보자들에게 ‘네거티브’란 상대에게 제기할 때는 ‘검증’, 반대로 나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비방’이라는 서로 다른 얼굴을 보여야만 하는 숙명을 갖고 태어나기 때문이다.
결국,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에게 ‘네거티브’는 ‘피해야 하는 대상’이라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맞서야 하는 대상’이며, 이런 의미에서 체계적인 PR전략을 마련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치인에게 제기된 의혹을 해결하는 과정은 기업의 위기관리(Risk Management)상황과 유사해, 정확한 판단 및 대응, 메시지전략 수립, 이미지회복까지 전체적인 PR전략을 기반으로 맞서나가야 할 것이다.
네거티브 대응 전략의 핵심 키워드 - ‘정확한 진단’, ‘적극적인 해결 자세’, ‘메시지 전략’
효과적인 ‘네거티브’ 대응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먼저, ‘이슈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정확한 진단이라 함은 해당 이슈가 정말 선거결과에 치명적인 것일지, 이에 대한 대응을 하는 것이 오히려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소위 ‘노이즈’라는 것이 반드시 기업 영업활동에 부정적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듯, 선거에 있어 상대가 제기한 부정이슈가 반드시 ‘표심’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는 ‘무시전략’이 득이 될 수 있고, 괜한 대응으로 논란을 확산시키는 점입가경의 양상을 만들 수도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이성적 판단’과 ‘감정적 판단’을 불리해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에게 대응을 하는 것이 ‘감정적으로 싸움에서 이겼다는 자위만 되는 것은 아닌지’, ‘이성적으로 이슈에 대해 무대응을 하는 것이 목표달성에 유리한 것은 아닌지’ 깊게 생각해 볼 부분이다. 많은 경우 한 대 맞은 만큼 똑같이 한 대를 때리거나, 최소한 방어라도 해야 된다는 ‘길거리 싸움논리’로 대응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스스로 ‘이미지 자해’를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미지 출처: Pixabay)
또한 ‘이슈에 대해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들 착각하는 것은 부정이슈 그 자체가 결정적 사인(死因)이 된다고 여겨, 어떻게든 숨기고, 감추는 것이 능사라고 생각하는 점이다. 그러나 부정이슈에 의해 쓰러지는 많은 기업, 정치인들의 사례를 보면 이슈 자체보다는 이에 대응하는 당사자의 태도 및 문제해결 의지 등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그 유명한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도 결국 도청행위 자체보다는 이후 닉슨 대통령의 음폐행위, 거짓말 등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모두가 주지하고 있는 사례이다.
반대로 지난 17대 대선 과정에서 상대후보로부터 제기된 장인의 좌익활동 이력 이슈에 대해 정면돌파 전략을 펼쳐 전세를 뒤집는 계기가 된 평가를 받은 한 후보의 아래 연설내용은 부정이슈 대응의 성공사례로 여겨지고 있다.
“제 장인은 좌익활동을 했습니다…저는 이것을 알면서도 결혼을 했고, 자식들 낳고 사랑하며 있습니다…이게 뭐가 잘못이란 말입니까... 그럼 제가 아내를 버렸어야 합니까, 장인의 과거 때문에 사랑하는 아내를 버려야 대통령 자격이 있다는 말입니까…”
이슈 당사자의 생각과 달리,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이미 지난 간 일에 대한 옳고 그름의 문제보다는 앞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가능성을 보이는 사람인지에 더 집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미 드러난 일에 대해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적극적인 대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네거티브 대응전략에 있어서 핵심은 ‘메시지 전략’이다. 모든 PR전략에 있어 그러하듯, 부정이슈에 대응하는 리스크 메니지먼트 전략에 있어서도 결국 가장 중요한 부분은 ‘타깃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각인시키냐’ 하는 점이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에 메시지가 없는 경우는 없지만, ‘전략적인 메시지’를 고민해 담는 경우는 흔치 않다. 전략적인 메시지란 개별 해당 이슈를 넘어, 기본의 메시지, 방향성, 색깔을 흐트러트리지 않으면서 동시에 이슈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메시지를 말한다. 현재 제기된 네거티브에 대한 해결만 되고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정체성과는 통일되지 않는 메시지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결과를 만들 것이고, 반대로 당장의 이슈를 해결하지 못하는 메시지는 ‘속 빈 강정’처럼 실속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결국 ‘정체성과 통일성’, ‘효과적인 이슈대응’, ‘긍정적 이미지 도출’, ‘표심을 사로잡는 키워드’라는 재료들을 섞어 얼마나 조화로운 맛을 내는 메시지를 만드냐가 네거티브 대응 성공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기업인이던, 정치인이던 자신을 향한 부정이슈 제기에 대해 원망을 하거나 회피를 하려고 하는 것은 프로답지 못할 뿐 아니라 결과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치이던 경영이던 결국 모든 과정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끊임없이 검증을 받는 과정’이라 할 수 있으니, 이를 원치 않으면 애초에 그 업(業)을 택하지 말았어야 한다.
위기상황,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아니 ‘피할 수 없으면 이겨라’. 그리고 ‘이기기 위한 방법을 배워라’
Tag : 전문가 칼럼, PR스터디, PR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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