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15. 09:55ㆍINSIGHT
안녕 하세요. 피알원 윤희종 대리입니다.
독후감은 공교육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썼던 초등학교 이후로 쓴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서른 넘어서 다시 쓰려니 많이 어색하네요.^^;; 그럼에도 이렇게 자발적(?)으로 독후감을 쓰게 된 것은 지난 달 말 저희 팀장님께서 안식월 한 달 휴가를 떠나시기 전 팀원들에게 신신당부하신 게 있기 때문입니다.
“나 없는 동안에 책 많이 읽어놔라!”
아… 아직도 귓가에 맴돕니다… 압박감도 드는군요.. 자기암시를 해봅니다
“나는 읽어야 한다…” “나는 읽어야만 한다…” ㅎㅎ
물론 이 독후감은 팀장님이 돌아오시면 보여드리기 위한 전시용(?) 혹은 증빙용 자료이기도 합니다. ㅎㅎ
그래서 팀장님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90% 이상 안 읽은 책이 꽂혀 있는 제 책장을 쓱 둘러보았습니다.
처음으로 PR이 무엇인지 호기심을 유발했던 바로 그 책! <전쟁광고대행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이 책을 처음 접했던 건 2008년 80일 간의 유럽 배낭여행을 준비할 때였는데요… 읽게 된 의도는 사실 불순합니다.
여행 중 발칸반도의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남 슬라브계 백인미녀들을 만나서 소위 아는 척 좀 하려면 그들의 현대사에 대해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집어 든 책입니다. 정작 발칸에 갔을 땐 금발미녀는 커녕 할아버지들과 이야기하게 됐지만… 음… 옛날 생각도 나고 그 당시 읽었던 느낌과 다시 읽었을 때의 느낌을 다를 거라 생각하여 다시 한번 쭉쭉 읽어 내려가 보았습니다.
사실 이 책을 읽어보면 책의 제목이 전쟁광고대행사가 아니라 전쟁홍보대행사여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렇게 책이름을 지어 놓은 것을 다시 생각해보면 아직도 홍보라는 개념이 광고에 비해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지 못한 것을 고려한 출판사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책의 내용은 90년대 초에 일어난 보스니아 내전 당시 보스니아 정부의 의뢰를 받은 미국의 PR회사 루더핀사의 활약상을 담고 있는데요... 이 책을 통해서 PR의 범위가 생각보다 굉장히 광범위하구나 라는 것을 알았고(물론 미국 PR 현실이긴 하지만요) 정말 멋진 일이구나!라고 감탄하며 PR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던 책입니다.
미국 PR회사 루더핀사는 국제적으로 큰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던 보스니아 내전을
세르비아는 '악', 보스니아는 '절대적 피해자'로 인식시키는 작업을 로비와 퍼블리시티라는 툴을 활용해 진행합니다.
보스니아 내전이 일어났던 발칸반도 지역
특히 유럽인이나 미국인들에게 하나의 트라우마로 자리잡혀 있는 '강제수용소', '인종청소'라는 어휘를 반복적으로 노출시키고 세르비아를 2차대전 당시 나치로, 세르비아 대통령 슬로보단 밀로세비치는 히틀러가 연상되도록 작업을 실행합니다.
결국 이러한 노력이 미국과 세계여론을 움직이게 하고 보스니아 내전은 끝나게 되죠.
하지만 보스니아인, 세르비아인, 크로아티아인들은 누가 더 많이 했고 안 했고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상호 간에 무자비한 학살과 강간을 자행했습니다.
일방적인 가해자나 피해자는 없었던 전쟁이었습니다. 다만 세르비아 정부와 세르비아 대통령 밀로세비치는 PR에 대해서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보스니아 외무장관 실라이지치는 PR의 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점에서 전쟁의 결과가 큰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유럽의 변방에서 일어난 내전을 전세계에 이슈화시키고 클라이언트가 바라던 것 이상의 성과를 이루어냈다는 것은 PR의 힘이 상상했던 것보다 엄청나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PR의 힘이 이렇게 위대하구나!'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 책은 PR의 윤리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사실 PR회사 루더핀사는 고객의 목적 달성을 위해 고의적으로 수많은 정보조작과 거짓을 일삼았습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강제수용소가 마치 있는 것처럼 사진을 조작해서 뉴욕타임즈 1면에 기사를 실리게 하거나 허위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PR종사자로서 목적달성과 윤리성이 충돌하는 이 사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상반되는 두 가지 의견이 존재합니다. 저는 우선 루더핀사의 보스니아 내전 관여는 PR의 가치와 역할을 그만큼 확대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미국PR협회장을 지냈던 로잘리 리버츠는 15000명의 회원들에게 보낸 친서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PR의 역할은 아무리 논쟁 가능성이 있는 주제라도 그것을 원하는 조직체가 개인이든 기관이든 그들의 말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하지만 보스니아 내전에서 결과적으로 세르비아를 몰아내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결과가 어찌됐든 루더핀사의 윤리성에 위배되는 PR활동은 PR의 최고의 가치라 할 수 있는 공익성과 정확성, 진실성을 담고 있지 않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PR협회 [PR인 윤리강령(1999)]은 "정직과 양심을 최대한 입증시켜야 하며 고객의 사업성격이 사회정의에 어긋난다고 판단할 때 그 고객의 업무를 맡지 않겠다"는 입장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전 미국PR협회장 로잘리 리버츠의 말과 한국PR협회의 윤리강령 중 어느 하나가 반드시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PR회사도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윤리성이라는 잣대만을 강요하게 되면 사실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PR의 윤리성에 관해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는 옳고 저기서부터 저기까지는 옳지 않다라고 강제성을 가진 법이나 규칙으로 정하는 것은 PR의 자율성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아 바람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PR의 자율성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PR의 윤리성 문제도 PR인들의 자율에 맡겨야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데 너무 무책임한 걸까요? 모두들 깊게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결국 PR인들이 얼마나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느냐는 오롯이 PR인들의 몫으로 남겨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이상 독후감을 마치겠습니다.
Tag : 전문가 칼럼, PR스터디, PR정보,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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