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월 후기] 놀멍쉬멍, 마음 가는 대로 걷는 프랑스 여행기

2020. 4. 27. 10:43LIFE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 모두 건강한 하루를 보내고 계시길 바라며,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어 답답한 날들에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프랑스에서 담아온 행복한 안식월 여행기를 공유합니다!

 

작년 가을, 안식월을 맞아 유럽으로 2주 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편히 쉰다는 뜻의 ‘안식’이라는 단어에 걸맞게 잘 쉬고, 잘 먹고, 제대로 충전하는 시간을 보냈답니다.

안식 여행답게 ‘시간에 쫓기지 않고 걷고 싶을 때 걷고, 멈추고 싶을 때 멈추면서
도시를 깊이 느껴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여유롭게 도시를 둘러보았습니다.
일명 놀멍쉬멍(‘놀면서 쉬면서’의 제주 방언) 스타일의 여행이죠.

 

그래서 이번 여행기에는 제가 다녀온 모든 코스를 담기보다
얼마나 천천히 걸었는지 알 수 있는 스팟 2곳과 몇 가지 아주 작은.. 꿀팁들을! 남겨보겠습니다.


1년 만에 다시 찾은 파리, Dupleix와 그 주변

가장 먼저 찾은 도시는 ‘파리’입니다.
다녀 온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때 느꼈던 여유가 무척 그리웠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다시 찾게 되었는데요. 
 

▲ Dupleix역 인근의 과일 가게


첫 번째 사진부터 웬 과일 가게인가, 하셨나요?
이 곳은 제가 2년 연속 파리를 여행하며 가장 많이 들른 가게입니다.

매일 아침 이 가게에서 마음에 드는 과일들을 집어 들고,
가까운 슈퍼마켓에서 착즙 오렌지 주스까지 한 병 사서 에코백에 넣어 두면
하루 종일 든든하게, 어디로든 걷고 어디서든 멈출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과일 가게가 위치한 Dupleix역 인근의 호텔에서 꽤 여러 밤을 묵었는데요.

 

1. 친절하고 맛있는 과일이 가득한 훌륭한 과일 가게가 있으며
2. 에펠탑이 보이는 Champ de Mars(공원) 또는 Bir Hakeim(다리)에 걸어갈 수 있고
3. La Motte Picquet Grenelle 역까지 이어지는 멋진 현지 재래시장이 궁금하시다면

 

이 동네를 적극! 추천합니다.  

 

▲매주 수•일요일 아침, Dupleix역 ~ La Motte Picquet Grenelle 역 사이에 열리는 시장

 

지하철 역과 역 사이, 다리 밑에 펼쳐지는 이 거대한 시장은 꽤나 매력적입니다.
다양한 식료품과 치즈, 과일, 생활용품, 의류, 기념품, 그리고 꽃 가게까지 다양한 점포가 모여있고, 주로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곳이라 파리라는 도시의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꽃을 한 아름씩 사 안고 돌아가는 파리 시민들을 보면
‘일상에서 낭만을 즐기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해 보는 계기가 되기도 할 거예요.

 

보통 오전 7시쯤 열려 오후 2시면 종료되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혹시 변경된 것이 없는지 잘 찾아보고 꼭 한 번 들러보시길 추천합니다.
(재작년에 우연히 발견하고, 작년에 또 들렀는데 그 때까지는 변동이 없었습니다:D)

 

▲Bir Hakeim 다리에서 바라본 에펠탑

 

참, 이번 여행 때 파리에서 활동하는 스냅 작가님께서 알려주신 꿀팁을 피알워너 여러분께도 공유합니다!

 

파리,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에펠탑이죠.
저에게 에펠탑은 언제 어디에서 보든 기분이 좋아지는, 행복한 건축물인데요.

위험하지 않고 조용한 곳에서 화이트에펠을 즐기고 싶다면 Bir Hakeim 다리로 가보세요.
화려하게 빛나는 에펠탑과 센느강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멋진 장소랍니다.
(*화이트에펠: 밤이 되어 흰색 조명으로 반짝이던 에펠탑이 소등 직전 가장 빠르게 반짝이다가 일시에 소등됨)

 

낮에는 스냅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았지만, 밤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혼자 이 풍경을 다 가진 기분으로 꽤 오랜 시간 동안 고요한 에펠뷰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Trocadero 광장에서 찍은 인생샷

 

+ 에펠탑 이야기를 마무리 하기 전. 또 하나의 작은 팁..!

이렇게 훤칠한 에펠탑과 함께 나오는 인생샷을 원하신다면
오전에 / Trocadero역으로 가서 / 주변 조경을 활용해 아래 쪽 인물을 가리며 사진을 남겨보세요. 그간 쭉 혼자 여행을 한 덕에 제 모습은 한 장도 찍지 못했었는데,

스냅 작가로 활동했던 친구의 지인 찬스로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색이 존재하는 Giverny(지베르니)

여행의 매 순간이 소중하지만,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풍경’을 하나만 꼽으라면
에펠탑보다 더 먼저 말하고 싶은 곳이 바로 지베르니입니다.

이 곳에 산다면 없던 영감도 마구 떠오를 것 같은, 그런 멋진 곳이었어요.

 

▲모네의 대표작 <수련> 연작의 배경이 된 연못

 

사실 지베르니는 모네의 정원과 그의 대표작인 <수련> 연작이 탄생한 연못,
그리고 모네의 집이 위치해 전세계 관광객들에게 이미 유명한 마을이죠.
그런데 이 곳은 잠깐 둘러봐서는 그 진가를 제대로 알아볼 수 없는 곳입니다.
화려함뿐만 아니라 천천히 둘러보고픈 아기자기한 매력까지 갖춘 사랑스러운 곳이에요.

 

파리의 Saint-Lazare역에서 기차를 타고 45분 정도만 달리면
지베르니로 들어가는 꼬마기차나 버스가 있는 Vernon역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투어 프로그램 대신 기차와 버스를 타고 다녀오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천천히 걸어야 보이는 지베르니 랜선 투어를 떠나볼까요?

 

▲Vernon에서 Giverny에 도착한 버스에서 모네의 정원으로 가는 길

 

버스를 타고 지베르니에 내려 모네의 집 쪽으로 가다 보면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모네의 정원으로 향하는 길 전체가 자연과 조화를 이룬 커다란 작품 같았어요.

특히 식물로 꾸며놓은 문과 창문들 하나하나 개성이 가득해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혼자 온 저를 제외한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멈춰 서서 인증샷을 남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모네의 정원 어딘가, 꽃과 나무로 채워진 벽

 

들어가는 길부터 저를 설레게 한 모네의 정원은 마치 평생 갇혀있어도 좋을 것 같은 미로 같은 곳이었습니다. 단순히 예쁘게 가꿔놓은 꽃밭이 아니라, 사람의 발이 닿는 길을 제외한 모든 공간에 꽃과 나무, 풀이 조화롭게 자리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꽃을 좋아해서인지, 업무로 지쳐있던 마음이 환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가을에 갔기 때문에, 풀도 조금 처지고 꽃들도 어느 정도 진 상태였을 텐데 그 생동감을 사진으로는 채 담을 수가 없어서 자연스레 동영상을 왕창 찍어버릴 정도였습니다.

 

▲모네의 정원


정원 전체가 살아있는 듯한 모네의 정원은 미적 감각이 없는 저에게도 (^^;) 영감을 줄만큼 다채롭습니다. 마치 세상에 있는 모든 색이 담긴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요?

 

가을이라 그랬던 것인지, 제가 방문했을 때는 특히 세상의 모든 보라색을 다 담아놓은 것만 같은 느낌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 외에도 정말 다양한 색상들이 펼쳐져 있으니 시간이 되신다면 꼭! 한 번 들러보시길 추천합니다.
(*모네의 정원은 3,4월부터 10월까지 개장합니다!)
 

▲모네의 수련 연못(좌), 연못으로 가는 길에 흐르는 개울(우)

 

모네의 정원에 입장하면 사람들은 모두 연못을 찾아 바삐 걸어갑니다.

하지만 천천히 걸어보니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길 자체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들꽃과 나뭇잎, 개울이 만들어낸 멋진 풍경이 제대로 보였어요.
서울로 돌아가서도 꼭 이 길을 걸을 때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며 다시 한 번 새겨봅니다^^..)

 

<수련> 연작이 탄생한 연못은 어느 방향에서 봐도 아름다웠습니다.
가까이서 크게 봐도, 멀리서 전체를 한 눈에 담아도 감탄이 나오는 풍경에
파리로 돌아가면 꼭! 오르세 미술관과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수련>을 보고 가야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 수련 연못을 담은 모네의 작품, 오르세 미술관

 

지베르니에서 수련 연못을 실제로 보고 와서 다시 만난 오르세의 <수련>은
이전에 보았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작품으로 다가왔습니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꼭! 지베르니를 먼저 다녀온 후 오르세 또는 오랑주리에 있는 <수련>을 만나보세요.
결국 오랑주리에는 가지 못하고 오르세만 다녀왔지만,
파리에 또 와야만 하는 이유를 1가지 남겨놓고 간다는 생각으로 아쉬움을 덜었습니다.

 

▲모네의 집 1층 전경과 창문 너머의 풍경

 

또 지베르니에는 모네의 정원과 집뿐만 아니라 박물관과 카페테리아, 작지만 특색 있는 다양한 갤러리까지 즐길거리가 정말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에 하나는, 모네의 집에 있던 각양각색의 창문과 그 너머의 풍경인데요.

 

▲모네의 집 2층 창을 통해 내려다 볼 수 있는 모네의 정원


각각의 공간마다 저마다 다른 모양의 창문이 나 있고, 창문 너머로는 아름답게 가꿔진 모네의 정원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2층으로 올라가 창문에 다가설 때의 기분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활짝 열린 창문을 통해 가까이에서만 보았던 모네의 정원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지베르니에 있는 박물관(좌)과 소형 갤러리(우)


모네의 집에서 나와 박물관과 갤러리 등 마을 곳곳을 둘러보다 할로윈을 준비하며 호박사진을 찍고 있던 조각가 알란과 친구가 되기도 했는데요.(무려 카카오톡 아이디를 가지고 있고, 한국에서 먹었던 육회가 생각난나던 멋진 할아버지였습니다..!)

 

언젠가 꼭! 다시 한 번 지베르니에 올 것을 약속하고, 알란이 추천한 모네의 묘지까지 둘러본 후 지베르니 투어를 마쳤습니다.

이 글을 본후 지베르니에 가셨다면, 정원만 휙 둘러보고 나오지 말고 천천히 걸으며 ‘지베르니’라는 마을 자체의 매력을 느껴보시길 ‘강추’합니다!

 

 

 


많이 걸어서인지,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담고 돌아와서인지 저녁에 혼자 마신 맥주 한 잔이 정말 꿀 같았던 기억이 납니다. 비록 지금은 ‘시간에 쫓기지 않고 걷고 싶을 때 걷고 멈추고 싶을 때 멈추는 삶’과는 거리가 있는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그때의 꿀 같은 맥주를 추억하며 새로운 일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맞이하고 있습니다.

다들 안식월 꼭꼭!! 챙기시길 바라며 저도 다음 안식월이 올 때까지 또 열심히 달려보자고 다짐하면서 ‘놀멍쉬멍’ 후기를 마칩니다!


 


 

※ 이 글은 디지털마케팅본부 노윤재 대리가 기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