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25. 11:58ㆍINSIGHT
PR회사에서 십수년 일을 하다보니 다양한 기업과 그 안에서 일하는 많은 임직원들을 만나게 됩니다.
과거와 비교해 기업들의 PR마인드나 시스템이 크게 바뀐 것은 사실이지만, PR전문가로서 볼 때 아직도 개선해야 할 점이 보이는, 다소 안타까운 기업 홍보 담당자들도 만나게 됩니다. 특히 전문화 된 인력과 오랜 노하우, 시스템을 갖춘 대기업들과 달리,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이런 기업의 사장님이나 임원분들은 '홍보조직도 셋팅하고, 전문PR회사와도 일을 하며, 투자도 하고 있는데... 왜 우리 회사의 홍보는 이리 잘 안 될까' 하며 의아해 하는 경우를 자주 경험합니다. 하지만 뜯어보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PR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제 경험으로 볼 때 이런 기업들에는 몇가지 공통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1 홍보담당자 맞아?
많은 중소기업의 홍보담당자들 중에는 실제로는 홍보 경험이 전무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예산이나 기업의 규모상 '홍보만을 전문으로 하는 담당자'를 채용할 수 없으니 마케팅, 광고 등의 업무를 맡은 직원에게 '홍보' 업무까지 더불어 맡기는 경우입니다. 또, 기업에서는 '홍보전문가'로 알고 채용을 했지만, 과장된 이력서에 그칠 뿐, PR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홍보'는 기업 내 다른 어떤 분야 못지 않는 전문 분야입니다. 마케팅이나 광고, 또는 전혀 무관한 분야의 경험을 지닌 직원을 홍보담당자로 앉혀 놓는 것은 '영업만을 했던 사람을 재무담당자로 채용하거나, 마케팅전문가를 인사담당자로 임명하는 것'만큼 잘못된 것입니다.
2 PR은 단거리 달리기보다는 마라톤에 가깝습니다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 안에 결과가 나타나는 광고와 달리, PR은 마라톤과 같이 초반이 아닌, 시간이 지나야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특히 전문PR회사와 처음 계약해 일을 해보는 중소기업을 담당하게 될 때 자주 겪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계약 후 한 달 쯤 지나고 나서 CEO나 담당임원에게 전화나 메일이 옵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계약하고 한 달이 지났고, 비용도 얼마나 썼는데 왜 결과가 이 정도인가... 지금쯤이면 뭔가 다른 결과가 보여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답답하고 할 말은 많지만, 대부분 좋게 잘 설명하고 조금만 더 지켜보자고 회신을 해 줍니다. 동의를 하고 몇 달 더 함께 지켜봐 준 기업에서는 십중팔구 몇 달 후에 "그 때 너무 성급했다... 역시 함께 일하길 잘했다..."며 180도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한 달만에 계약을 해지하거나 다른 PR회사를 찾아보는 기업은 계속 반복되는 실망을 하게 되고, 결국 'PR에 성공하는 기업'이 되는 일은 점점 요원해집니다.
황무지를 비옥한 토양으로 만들려면, 개간을 하고 비료가 베어 비옥한 땅이 될 시간이 필요합니다. PR도 이와 유사합니다. 좋은 씨를 뿌린다고 황무지에서 바로 꽃이 피지 않습니다. 조금 기다려주면, 먼저 땅이 건강한 체질로 바뀌고, 이후에는 가만 놔둬도 알아서 매해 꽃이 피는 땅이 됩니다.
3 홍보는 홍보담당자가, 나머진 강 건너 불보듯?
홍보를 잘한다고 평가받는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CEO부터 각 하부조직, 심지어 생산조직에 이르기까지 홍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사적으로 성심성의껏 지원하는 기업입니다.
반대로 홍보에 실패하는 기업들을 보면, '홍보는 홍보담당자만이 할 일, 우리 성과/KPI와는 상관 없는 일'로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PR회사나 내부 담당자가 열심히 뛰어 기자가 인터뷰를 하자고 해도 현업 부서에서 거절하며 인터뷰에 응할 사람이 없다거나, 매체 요청에 대해 현업 담당자에게 답변을 요청하면 3~4일씩 걸려 겨우 답이 오기도 합니다. 심지어 CEO부터 '나는 기자 만나기도 싫고 인터뷰는 더 싫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구성원 모두가 '우리 회사 PR이 잘 돼야 내가 하는 일, 내가 일하는 회사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인식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그때 PR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CEO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4 사장님이 홍보팀장?
이런 경험을 한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어느날 내부 홍보담당자가 PR회사에 이런 요구를 합니다. "우리는 A매체, B매체 이런 데 말고 C매체, D매체에 많이 나오게 해 주세요. 그 매체들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런데, 원하는 C, D매체가 A, B매체보다 인지도가 높거나 한 것도 아니고, 타깃에게 더 효과적인 매체도 아닙니다. 이유를 들어보면 "C, D매체가 우리 사장님이 직접 보시는 매체이니 거기 잘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어떤 기업은 모든 PR전략에서 구체적인 아이템까지 사장으로부터 하향식으로 전달되는 곳도 있습니다. 물론 전혀 현실과 맞지 않는,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그런 것들입니다. 이런 기업엔 PR전문가도 체계적인 전략도 무의미합니다. 그저 현실성 없는 사장님의 신념만이 전략으로 채택됩니다.
이런 기업들이 PR을 잘할 수 있을까요?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도 '우리 회사 홍보는 왜 이렇게 잘 안 될까?'라고 의문을 갖고 있다면... 먼저 '우리 회사의 PR전략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그리고 누구를 위한 PR을 하고 있는지' 먼저 자문해 본다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5 조,중,동만 잘 나오면 된다?
많은 기업들의 PR마인드가 변화하고, 또 매체환경이 바뀌었음에도 아직도 매체를 차별해 낭패를 보는 기업들이 꽤 있습니다. 독자가 많은 신문이나 공중파 방송만을 선호하고 나머지 매체에는 함부로 하거나 아예 무시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그러나 원하는 그 매체에 잘 나오기 위해서라도 모든 매체를 차별없이 공평하게 대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검색을 통해 모든 컨텐츠나 정보가 유통되는 시대에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다양한 매체에 다양한 아이템으로 노출되지 않고서는 원하는 매체에 원하는 아이템으로 노출되기도 어렵습니다. 기자들도 해당 회사에 대한 기사를 쓸 때, 먼저 나온 내용들을 검색해보거나 타매체 동료 기자들과 의견을 교환해 정보를 얻습니다. 과소 평가하는 매체의 기사나 기자가 자사의 홍보에 도움을 줄 수도 있고, 그 반대의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홍보에 있어서 만큼은 메인타깃이 있을 수는 있지만, 차별하고 버릴 타깃은 없습니다. 매체든 소비자든 '우리 회사에 좋은 홍보원이 되도록' 신경을 써야 합니다.
※ 이 글은 4본부(02-6370-3111) 곽동원 본부장님의 개인 블로그 <Wonny&Jinny-행복한 세상
(http://lovetree.egloos.com)>에 포스팅된 글을 다시 소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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