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링 소홀하면, 기업 위기 닥친다

2011. 8. 22. 16:59INSIGHT

 

경영전략의 핵심이자 필수가 된 '기업위기전략'
더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주어진 상황을 예의주시하여 위기를 감지하고 예방하는 힘!
그 중심엔 '모니터링'이 있다.



 

피알원 황의종 이사

낮선 장면이었다. 얼마 전 우연히 TV뉴스를 보다가 대형 해킹사고를 당한 회사의 경영진들이 기자회견장에 나와 단체로 머리 숙여 사과하는 모습이었다. 90도로 깍듯했고, 진성성도 엿보였다. 사실 난 처음에 이 뉴스 화면을 보고는 일본의 외신인 줄 착각했다. 머리를 조아리며 대중 앞에서 사죄하는 모습이 영락없이 일본인들에게 익숙한 사과법이었기 때문이다.

짧은 뉴스 한 토막이었지만, 국내 기업들도 이제는 위기 상황에서 과거에 비해 사고가 유연해 지고, 대응방식 역시 진일보 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 준 계기였다. 지난 4월 신속한 정면대응으로 기업 위기를 돌파 했던 현대캐피탈의 신선했던 위기극복 선례도 함께 오버랩 됐다.

사실 과거 기업들은 위기가 발생하면 대부분 의사표명을 유보하거나, 모르쇠 식의 침묵, 책임회피, 은폐 등으로 일관했다. 또, '사후약방문식' 대응으로 오히려 여론의 질타를 받기 일쑤였다. 농심 새우깡 쥐머리사건이나 삼성중공업의 태안 기름 유출사고부터 가깝게는 올해 농협의 사이버 금융사고와 LG유플러스의 불통사태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기업경영 환경이 갈수록 디지털화  지능화 소셜미디어화 되어가면서 최근 기업들의 위기상황, 특히 소비자 관련 위기는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위기 유형도 보안사고에서부터 사이버 테러, 먹거리 문제, 시설안전 문제, 서비스 장애 등 말 그대로 수십, 수백 가지다. 이 시간에도 크고 작은 새로운 유형들의 기업 위기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기업 위기 99%는 모두 예측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예방만 잘 하면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현존하거나 잠재적인 모든 위기상황을 예상해서 예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평상시 체계적으로 준비된 기업에게는 실제 위기가 닥치더라도 그 피해를 최소화 하거나 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통상 많은 기업들의 위기관리 전략의 핵심에는 위기 발생 직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따라 사전에 사태별로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위기관리 팀을 조직해 프로세스와 역할을 터득케 하거나, 후속 이미지 회복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는 데 투자가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위기 징후를 사전에 예지하거나 관련정보를 수집, 분석, 진단하는 여론(시장,소비자) 모니터링 단계가 상대적으로 소홀해 지기 마련이다. 사후 처방이나 치료보다 예방이 최선의 방법인데 상대적으로 관심 밖에 있는 셈이다. 실제로 그 동안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기업들의 공통점 중에 하나는 사전에 충분히 예견 되거나, 미연에 예방이 가능했다는 점도 이 같은 점을 잘 뒷받침 해준다.

요즈음 들어 기업들의 커뮤니케이션 실무진들과 기업 위기관리에 대해 자주 애기를 나눈다. 다른 업체들의 대형사고가 터질 때면 더 그렇다. 그 때마다 나는 24시간 여론 모니터링 체계와 시스템부터 꼼꼼하게 점검하고, 획득된 정보에 대한 내부 학습체계와 활용도를 강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득한다. 물론 위기대응 매뉴얼 등을 제작하고 사고 발생 직후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데 소홀 하자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우선 순위를 사전 예방전략에 대한 관심과 투자에 두워야 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중에 하나로 우선 PR회사에서 제공해 주는 일일 여론(뉴스) 모니터링 서비스에 대한 관심과 활용도를 극대화해야한다. 많은 기업들이 PR회사와 함께 일을 하면서 이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지만, 사실 기대만큼 활용도는 높지는 않다. 기업에서 이 서비스만 제대로 활용해도 기업 위기상황의 약 70~80%는 사전 진단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다고 여겨진다. 왜나면 위기 징후가 포착되거나, 잠재적 리스크 요인들이 도출됨으로써 차단이나 제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PR회사의 이 서비스는 매일 아침 뉴스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특정 기업의 정보습득과 분류, 분석, 예측 활동으로써 소비자와 시장 전반에 대한 동향과 니즈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잘못된 정보에 대해선 신속한 대처도 가능하다. 특히 모니터링 영역도 과거 일간지나 온라인뉴스, 주간지 등이 전부였다면, 최근에는 무료신문과 월간지, 방송, 전문지, 지역매체 뿐만 아니라, 블로그나 카페 등 커뮤니티, 지식인 등 게시판, 트위터나 페이스 북 등과 같은 소셜미디어까지 그 범위가 크게 넓어졌다. 또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 여론 모니터링까지도 실시간 가능해졌다. 그야말로 트위터나 온라인상에서 소비자들끼리 주고 받는 사소한 대화나 상품명 등까지도 실시간으로 필터링이 이뤄지고, 예상 이슈의 탐색까지도 가능한 맞춤형 기업정보 수집 및 분석 리포트 프로그램인 셈이다.

실제 우리 본부에서도 매일 아침 약 20여 기업의 클라이언트에 이 같은 맞춤형 여론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서비스에 대한 인식과 활용도를 분석해 보면 업체마다 극명하게 대비된다. 전국 250여개 학원장 등 1,000여명의 임직원들에게 활용케 하는 교육기업에서부터 200여개의 회원사들에게 매일 시장동향과 이슈 리포트를 제공 해 주는 협회, 모든 영업사원들과 콜 센터 스텝들에게까지 회사 밖 주요 정보를 열람케 하는 유통 회사까지 업종은 다르지만 여론 모니터링 서비스에 대한 활용도가 매우 높은 업체들이다. 이들 업체에서는 어느날 이메일 수신이 1~2시간만 늦어져도 당장 피드백이 온다. 최고경영자가 직접 매일매일 유익한 정보에 감사하다며 격려의 글까지 보내 주는 기업도 있다. 이 같이 여론 모니터링에 민감하거나 활용도 높은 이들 업체들은 적어도 지금까지 큰 위기가 찾아오지 않았다.

PR회사의 어카운트팀과 열린 소통 채널을 신설하거나 강화해도 기업 위기 예방에 효과적이다. 어카운트팀은 클라이언트의 출입기자단이나 다양한 업종의 종사자들과 늘 교류하며, 수 많은 관련 정보를 취득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클라이언트는 물론 동종업계의 주요 이슈와 관심사, 잠재적 리스크들까지 모두 스크린이 이뤄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단히 민감한 고급 시장정보들도 습득하게 된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는데, 대기업 CEO 한 분은 매월 말에 PR회사 직원들과 정례 미팅을 가졌다. 2년 동안 한결 같이 실천했고, 회사 내부 관계자들은 배석시키지 않았다.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쇼파에서 담소를 나누는 캐주얼 한 분위기였다. 이 CEO의 목적은 회사 밖에서 유통되는 생생한 여론의 관심사와 관련정보를 청취하고, 회사 내 경영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을 얻으려던 것이었다. 우연의 일치였는지 모르겠지만, 이 회사 역시 동종 업체들이 악성 이슈에 많이 휘말렸던데 비해, 이 회사는  그 이슈의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없었다. 그 분은 지금도 그 그룹의 최장수 CEO로 근무 중에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이 분의 사례처럼 여론 모니터링이란 역시 경영진의 인식전환이 먼저 이뤄져야 하고, 경영진이 먼저 스폰지처럼 흡수할 줄 알아야 빛을 발하게 된다.

그 동안 크고 작은 기업들의 위기 상황을 현장에서 지켜봐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략은 이제 경영과제의 핵심 중에 하나로 부상했으며, 필연의 시대가 됐다. 회사 밖에서 유통되는 여론의 동향에 민감하거나 예의주시 하지 않으면 반드시 위기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기업 위기를 빗대어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을 종종 쓴다. 이제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우를 범하지 말고, 먼저 소의 심리 상태를 관찰하고 파악해 예상되는 문제점을 해결해 줌으로써 소가 처음부터 외양간을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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