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업계의 메디치가(Medici 家)를 위하여

2012. 9. 27. 13:21INSIGHT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보티첼리, 보카치오, 갈릴레오 갈릴레이굳이 예술이나 과학에 조예가 깊지 않은 범인(凡人)들도 상식차원에서 누구나 알고 있는, 인류 역사에 큰 획을 그었던 인물들이다. 특히 현대 예술과 과학에 주춧돌이 된 이 세기의 천재들에 대한 놀라움에 있어 뛰어난 작품보다 더 오랜 잔상을 남기는 것은 이들이 모두 동시대에 동일한 지역적 배경을 뿌리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천재들이 모두 소위 말하는 르네상스 시대에 활동한 인물들이란 점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모두 이탈리아 피렌체라는 지역에서 태어났거나 또는 공부, 작품활동을 했다는 점은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부분일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에 이러한 천재들이 많이 배출된 데엔 이 전까지의 종교적인 관념과 단절하고 인문주의를 바탕으로 한 교육과 사고가 확산된 시대적 배경이 중요한 요인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유독 특정 지역에서만 천재들의 꽃이 만개했다는 점을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하다. 이 특정지역에만 재능의 유전자가 흐르고 있을 리는 더더욱 만무하다.

 

이 부분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당시 피렌체 공화국을 주름잡고 있던 메디치가(Medici )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유럽 전역에서 금융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메디치가의 예술과 과학에 대한 관심과 애정, 그리고 경제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천재들의 타고난 조예는 한낱 독특한 재주에 머물렀을 것이다. 경제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한 엘리트 교육과 자유로운 창작활동의 분위기는 묻혀 있던 원석들이 피렌체로 몰려들게 했고, 이들이 다듬어져 보석’, 그것도 인류 역사상으로도 보기 드문 아주 희귀한 보석으로 탄생되게 한 것이다.

  

 

PR업계의 천재는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럼 PR업계에서는 이러한 천재들의 탄생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일까? 아니, 역사에 남을 소수의 천재까지는 아니어도 ‘PR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인재들의 탄생이 봇물 터지게 하는 것은 요원한 것일까?

 

필자가 홍보 업계에서 처음 일을 시작할 때부터 여러 선배 및 업계 리더들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많이 들었던 말이 ‘PR은 뜨고 있는 산업이고, 조만간 PR을 하는 사람들이 전문가로 인정받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십수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돌아봐도, 과거 들어왔던 장미빛 청사진은 아직 현실로 펼쳐지기보다는 마치 저 멀리 있다고 들어본 오아시스와 같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 사이 산업의 확장과 함께 PR회사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역량 및 업무환경이 크게 개선되었고, 대기업에서도 홍보맨 출신들이 최고경영자로 올라가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등 변화들이 있었지만 ‘PR전문가들의 르네상스시대는 아직 다른 나라 이야기인 듯하다.

 

그 많은 선배들이 거짓을 말했던 것일까’, 아님 텍스트로 쓰여 있던 말들은 책을 팔아 먹기 위한 감언이설에 불과했던 것인가꼬리를 무는 의구심 끝에 답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지금껏 천재는 그리고 전문가탄생하는 것이라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리적인 시간이 흐르고, PR산업의 영역이 확장되고, 좋은 스펙의 인재들이 PR분야에 문을 두드린다면 자연스레 전문가가 늘어날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마치 피렌체의 천재들이 그러했듯 관심과 투자라는 양분이 있어야만 ‘PR업계의 천재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메디치가와 같은 PR회사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인재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와 지속적인 투자가 뒷받침돼야

먼저 가장 중요하면서도 우선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인재육성에 대한 관심과 의지이다. ‘투자가 없는 의지만으로 무의미 하듯 의지가 없는 투자는 허무하기 때문이다.

 

지금껏 PR회사들이 인재육성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던 것은 나름의 패배의식에 젖어 있었던 이유가 크다. ‘소규모 PR회사 대형 PR회사 인하우스 홍보실로 이어지는 연쇄적이고 잦은 인력이동을 겪어오며 얻은 나름의 대가이다. , ‘어차피 좋은 인재 키워놔 봐야 몇 년 후 떠날 것인 데 왜 투자를 하냐는 경험에서 얻은 패배의식은 대한민국 대부분의 PR회사들이 인재육성에 대한 의식은 있을지언정 의지는 없게 만드는 관례를 만들어 왔다.

 

하지만 이젠 좀 달라져도 될 듯하다. 물론 아직 일부 PR회사에 국한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인하우스로 떠났던 사람들이 반복적이고 소모품 같은 역할에 지쳐, 그리고 오히려 높은 급여를 찾아 전문 PR회사로 들어오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또 평균 근속연수도 점점 높아지고, 심지어 공채시스템 등을 통해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평생직장으로 삼는 사람들도 생겨 나고 있지 않은가. 이젠 평균 이상으로 만들어진 기성품을 사와 적당히 쓰다 버리기보다는 내 몸에 딱 맞는 명품을 스스로 만들어보려는 의지가 필요할 때가 되었다.

 

의지가 깊은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투자는 단순히 급여, 교육 등의 물질적인 투자뿐 아니라 운영 시스템 및 사내 제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를 포괄한다.

 

일차적으로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은 우수한 인재가 길러지게 하고, 합리적인 급여시스템은 이들이 오랫동안 머물며 그 가치를 충분히 발산하게 만든다. 이 시점에서 투자는 더 이상 비용지출이 아니라 오히려 회사의 이익으로 되돌아 온다. 매번 떠나가는 직원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고가(高價)의 인재를 찾아 헤매거나 덜 숙련된 직원으로 인한 손해를 감수하는 것보다는 실질적으로 몇 배의 경제적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눈에 보이는 투자 외에 업무 시스템에 대한 투자도 필수 요건이다. 흔히 우리나라의 교육 문제를 빗대어 아인슈타인도 시간이 있어야 만들어진다는 말을 한다. 새벽부터 야간까지 학교와 학원에서 국영수만 공부하는 아이는 그저 그런 우수한 학생이 될지는 모르지만, 뛰어난 천재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1 365, 아니 그 회사에서 일하는 내내 두세 곳의 고객사를 담당하며 24시간을 48시간으로 쪼개어 일하거나 또는 몇 주 연속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을 하고 휴가는 사치스런 단어로 여기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거나 오히려 무용담처럼 자랑의 소재가 되는 시스템과 문화 속에서 ‘PR전문가라 할 만한 사람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기업 전체의 자원을 100% 돌리지 않고, 항상 70~80%만을 사용하여 20~30% 리프레쉬를 하고,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내부 시스템에 투자하는 회사야말로 ‘PR의 천재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직원들에게 고객사 하나라도 더 맡길까, 더 많은 수익을 내게 할까보다는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제대로 리프레쉬를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현업에서 벗어나 자기계발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줄까에 더 많은 고민과 투자를 하는 회사가 앞으로 PR업계에서 천군만마와 같은 인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회사이다.

 

PR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일하려는 사람들은 많은데 쓸 만한 사람은 없다라는 게 그것이다. 그러나 찾아서 없으면 먼저 만들어야 하는 것이 이치이다. 아니 만드는 행위가 없으면 찾을 것도 없는 게 더 당연한 이치이다. 그 옛날 메디치가에서 천재들을 찾으려고만 했다면 르네상스 시대의 피렌체 천재들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을 것이다.

 

PR산업은 다른 여느 산업 못지 않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과거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대형화된 PR회사들이 성공케이스를 보여주고 있고, 비즈니스의 영역도 확대되고 있다. 이제 업계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그리고 이에 속한 개별 기업들의 공생을 위해서는 PR분야에 더욱 많은 메디치가가 생겨나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홍보회사 피알원 4본부 곽동원(dong1@prone.co.kr) 본부장이 기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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