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정식 장소들 보면, 명당(明堂) 마케팅이 보인다

2012. 7. 4. 09:53INSIGHT

5년마다 돌아오는 대선, 여수엑스포니 런던올림픽이니 해도 올 연말 펼쳐질 대선만한 흥행 키워드가 또 있을까. 최근 대선주자들의 출마선언이 본격화됐다. 그런데 과거와 달리 색다른 풍경이 하나 있는데, 출정식 장소가 저마다 상징성을 띤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풍경이 어쩌면 한 때 대선캠프 조직에서 몸담은 적도 있고, 또 지금은 늘 사회 이슈나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는 PR인으로 살다보니, 유독 내 눈에만 낯설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돌이켜 보면 예전에 잠깐 모셨던 그 분도 그랬었지만, 그 동안 대한민국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들에게 대선 출마선언 장소는 민의의 상징인 국회나 혹은 정당의 중심인 중앙당 당사를 크게 벗어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엔 이 같은 공식이 야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허물어지고 있다. 세종대왕 리더십을 앞세워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출마선언을 하는가 하면, 자신이 민주화 운동 당시 수감됐던 서대문형무소가 있는 독립공원에서 출정식 선포를 하기도 했다. 한 야권 주자는 백범기념관과 경제를 상징할 수 있는 곳 등을 출마 장소로 고민하다가 자신의 지역구인 종로에 있는 광장시장을 최종 출정식 장소로 선택했다. 자신이 경제대통령임을 표방하며 서민경제의 상징인 전통시장을 택한 것이다.

 

또 여권의 한 주자는 국회 정론관을 피해 야외 의원 동산에서 대권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으며,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여권 인사는 자신의 모교이자 현재 자신이 강의를 하고 있는 서울대 캠퍼스에서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들은 실제로 많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출정식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저마다 유권자들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자신의 공간과 조화를 이루는 최적의 장소를 선택해서 효과를 본 셈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여권의 최고 유력주자도 곧 대권 출마선언이 임박해짐에 따라, 벌써부터 당사나 캠프사무실 외의 제 3의 특별한 장소를 물색 중이라는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여당의 최대 숙원 과제는 지난 총선에서도 잘 나타난 바와 같이 젊은층 표심잡기다. 이에 따라 이 대권주자는 젊은층과 만날 수 있는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이나 복지국가 구상과 맞닿아 있는 특정 장소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이 달에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보이는 야권의 지자체장 역시 이장에서 도지사까지 이르는 스토리와 지역주의 타파라는 상징성을 나타낼 수 있는 출마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해남 땅끝마을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또 무엇보다 이른바 빅투로 꼽히는 유력 장외주자인 A교수의 출마선언이 ‘어디서 이뤄질 것인가’하는 궁금증도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대선 레이스만큼이나, 소위 첫 출발부터 좋은 자리를 찾는 명당 마케팅의 인기가 뜨겁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대선 출정식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대통령 후보를 대중들에게 알릴 때 정책이나 인물도 중요하지만, 후보의 정치적 지향점과 이미지를 전달하는 방식도 이제 매우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과거에는 국회나 정당 사무실에서 대선 공약과 국가운영 비전을 담은 준비된 출마선언문을 읽어 내려갔다면, 이제는 출마자의 브랜드 이미지를 연결시켜 주는 출마 장소의 컨셉 전략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추세는 정치 선진국들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인기가 좋았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대선출마를 선언했던 뉴욕 자유의 여신상 앞이 여전히 인기 장소다. 이 곳은 보수층은 물론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향수를 자극시키는 레이건 따라하기 전략의 상징적인 장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소 마케팅에 너무 치중하거나 지나치면, 이른바 ‘쇼 비즈니스’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최근 대선주자들이 지나치게 출정식 장소 선택에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일부 여론들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국가관과 통치철학, 비전에 여론이 허용하는 눈높이 시각과 적절하게 균형을 맞추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PR하는 사람들에게도 장소 선정 문제는 대선주자들이 명당을 찾는 것처럼 매번 반복적으로 되풀이된다. 신제품 출시 행사나 거리 프로모션, 기자회견이나 기자간담회, 프레스투어, 포토행사 등 장소 하나에 울고 웃는 경우가 다반사다. 미디어의 접근성도 고려해야 하고, 행사의 컨셉도 잘 녹여내야 한다. 기상도 살펴야 하며, 장소 임대에 대한 예산의 적절성도 따져 봐야 한다. 행사 디스플레이나 VIP 동선도 그려봐야 한다. 장소 선택이 참 간단하고 쉬운 것 같지만, 종종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다시 정치 이야기로 돌아가서, 곧 이뤄질 최대 빅뱅 주자들의 출정식 장소는 어디가 될까. 적어도 내게는 이번 대선을 보는 또 하나의 흥미진진한 관전 포인트이다.

 

 

※ 이 글은 홍보회사 피알원 2본부장 황의종(hwang9481@prone.co.kr) 이사가 기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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