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월 후기] 피알원 3년, 그리고 한달 간의 통큰휴가 – 북아프리카 진주 모로코

2017. 5. 11. 10:34LIFE

피알원에 입사하기 전, 블로그를 통해 기업의 문화를 살펴봤었고,
동료직원들이 안식월 휴가를 다녀올 때마다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올까..?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3년이란 시간은 그 만큼 멀게만 느껴졌고, 에이전시의 업무 특성 상
한달 간의 공백은 나에게 참으로 비현실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결론은, 너무도 편하게, 즐겁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왔다는 점!
누군가 최근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냐고 물으면, 단연 <안식월 한달>이었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사실, 돈 걱정 안하고 한달 동안 쉴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되겠는가!?!
살아오면서 이렇게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부러움을 샀던 적도 없었던 듯 합니다.

 

고로, 고로, 피알워너들께..
3년 버티고 꼭 안식월 갔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안식월 후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 내 삶의 오아시스를 찾아 떠난 여행
안식월 여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았습니다.
미리 계획 짜고, 예상 시나리오를 짜는 게 속은 편했겠지만,
한편으론, 늘 바쁘게 보낸 여느 일상처럼, 시간의 노예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냥 그때 그때,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일 것! 이것이 안식월의 테마이자 모토였습니다.
단, ‘비행기 티켓’ 은 예외였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비행기 값은 크게 3배 이상 차이 났고, 일부 구간은 만석인지 없어지기도 했으니깐요.
런던을 인-아웃으로 비행기만 정해둔 채, 늘 마음속에 품었던 <사막의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났습니다.

 

#. 모로코의 심장, 마라케시
모로코에서 가장 먼저 발길이 닿은 곳은 고대 도시 <마라케시>.
마라케시의 관광은 젬마엘프나 광장에서 시작하고 끝이 난다고 할 정도로, 아랍의 다양한 문화를 한눈에 접하고 볼 수 있었습니다. 아랍 특유의 화려한 색감과 패턴의 그릇, 헤나를 그려주는 아주머니, 수 공예 은 조명, 노천카페 등이 즐비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밤에는 야시장이 펼쳐지는데, 자욱한 연기 속에 새어 나오는 빛과 코브라의 허리(?) 춤을 유인하는 피리소리가 여행객을 매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 젬마엘프나 광장의 야시장

 

#. 안녕! 사하라!
혹시 사하라의 뜻이 뭔지 알고 있나요? 아랍어로 사막을 사하라라고 합니다. 사하라 그 자체가 사막인셈이죠. 그래서 사하라 사막이라고 쓰는 것이 다소 잘못된 표현이라고 하네요.
먼저 사하라에 가기 위해서는 ‘메르주가’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해야 했습니다. 굽이 굽이 협곡 사이로 보이는 아틀라스 산맥을 넘고, 13시간이 지나서야 사하라의 첫 관문 ‘메르주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 컴컴한 밤이 되면서, 행여 말도 잘 안 통하는 이 아프리카 땅에서 길을 잃지는 않을까 걱정했으나, 구글맵의 위대함을 느끼며 아주 정확한 시간에 도착했습니다.

 

▲ 아틀라스 협곡 & 메르주가 사하라 사막

 

메르주가의 대다수 숙박시설에서는 사막투어를 진행합니다. 보통 뜨거운 햇살을 피해 늦은 오후 낙타를 타고 베이스 캠프에 들어가 며칠을 머문 뒤 숙소로 돌아오는 코스입니다. 낙타를 타고 2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엉덩이가 아파 올 때 즈음, 드디어 꽁꽁 모습을 감추고 있던 베이스캠프가 나타났습니다. 저 도도한 낙타가 보이시나요? 참고로 낙타가 기분이 안 좋을 때 눈치 없이 셀카 삼매경에 빠진다면 낙타가 침을 뱉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점 잊지 마세요^^

 

 

사막을 보자마자, 사막을 천의 얼굴을 가진 여인이라 표현한 시의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살갗이 붉게 변했다가, 하얀 고운 속살을 드러냈다가, 뜨거워졌다가, 차가워졌다가.
사막 그 자체를 온전히 즐기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매우 빨리 지나갔습니다.
특히, 듄 위에서 사막의 능선을 보고 있으니, 당대의 건축가와 예술가들이 언급한 곡선의 완벽한 아름다움을 조금이나마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완벽한 곡선의 미를 보여준 사막의 능선

 

사하라의 진가를 발휘하는 순간은 바로, 고요한 밤이었습니다.
손을 뻗으면 잡힐 듯 한 쏟아지는 별에 둘러 쌓여 있을 때, 비로소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고,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중심에 서 있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말로만 듣던 별똥별을 눈으로 보는 순간, 나의 안식월의 만족도는 가히 100%를 고지에 두고 있었습니다.

 

▲모로코 전통 음악공연 & 저녁 만찬


아주 작은 마을이었던 탓에 떠날 때 쯤.. 마을 사람들과 어느덧 친구가 되어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다음 여정을 취소하고, 더 머물러야 하나 고민 했을 정도였으니깐요.
사막의 주인인 베르베르인들은 참으로 순수하고, 정이 많았기에 유난히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허나, 아쉬울 때 떠나야 한다고 했던가. 다음 여정지인 페즈로 가는 밤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천년이 넘은 고대도시, 페즈
페즈는 천년이 넘은 고대도시로, 옛 모로코의 수도이자 모로코 예술의 중심지라고 합니다. 특히, 페즈는 가죽공예로 유명한데, 떼너리(Tannery)라는 가죽 공장 앞에 가면 동물의 오물 냄새가 심하게 납니다. 가죽을 연하게 만들기 위해 동물의 변을 함께 넣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래서 가죽공장 1층에서는 관광객에게 생 페퍼민트 잎과 줄기를 나눠줍니다.

 

또한 구시가에서는 전통의상 젤라바를 입은 모로코인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마치 스타워즈 같다고 코 웃음을 치니 실제 스타워즈 제다이 의상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합니다.

 

▲전통염색공장 떼너리와 구시가 골목

 

페즈는 사실, 모로코 여행객들에게는 다소 경계심이 드는 도시 중 하나입니다.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역사적 가치가 높다 보니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호객행위, 일명 삐끼가 많기 때문이죠. 특히 한 명이 아슬아슬 지나갈 듯 한 미로 같은 골목에 길을 잘 못 들었을 땐 매우 당황스럽습니다. 이 틈을 노려 여성관광객을 대상으로 길을 가르쳐 주는 척 따라와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경우엔 다소 합리적인 가격은 아니지만, 지역주민 관광가이드를 섭외 해 동행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마지막 도시, 셰프샤우엔
우리에게 익숙한 파란 도시 그리스 산토리니가 있다면, 모로코에도 그에 못지 않은 도시가 있습니다. 바로 셰프샤우엔입니다. 셰프샤우엔은 도시 전체가 청보라색, 쨍 한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는데, 쓰레기통, 택시까지 파란색을 고수하고 있는 것을 보니 도시 브랜딩을 위해 컬러마케팅을 참 잘 접목했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을 주민 역시 하루 종일 자기 집 앞에서 사진 찍는 관광객을 위해 잠시 기다렸다가 지나가고, 자기 집 대문마저 조심스럽게 연다는 모습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짓게 했습니다.

 

▲스머프 마을 셰프샤우엔


안식월 후기를 마무리 하며…

 

아프리카는 왜 오셨어요?  “빵이 먹고 싶어서요”
오래 전 누군가로부터 뜨거운 사막 모래에 빵을 구워먹었던 후일담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후, 내내 상상했습니다. 알싸한 민트티에 사막 모래에 구운 따끈한 빵을 먹는 모습을.
실제, 모로칸 민트티는 생각보다 너무 떫었고 사막의 모래에 빵을 구워먹는 낭만적 이벤트는 없었지만, 상상치도 못한 풍광에 순간 순간이 짜릿했습니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것은 늘 즐거운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안식월 여행은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은 일장춘몽의 꿈처럼 지나가 버렸지만,
또 다른 나의 오아시스를 찾을 그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일상에 정진해봅니다.

 

끝으로, 팀원의 힐링을 위해 선뜻 먼저 다녀오라고 양보해주신 팀장님과
나의 부재로 인해 각자 업무의 양이 조금씩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다녀오라고 응원해주고, 여행 중 친히 영상통화로 안부 인사까지 전해 준
동료 팀원들에게 무한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Tag : 기업문화, 사내 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