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콘텐츠, 플랫폼

2016. 11. 3. 09:53INSIGHT

브랜드 저널리즘(Brand Journalism)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년 남짓. 아시다시피 2004년, 당시 맥도날드 글로벌 CMO 래리 라이트(Larry Light)가 뉴욕에서 열린 광고 콘퍼런스에서 처음 쓴 용어인데요. 주가가 4분의 1로 토막 나는 등 브랜드 존립 자체가 흔들리던 맥도날드를 구사일생으로 회생시킨 사람이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명 저널리스트 포렘스키(Tom Foremski)도 “이제 모든 기업은 미디어 기업이다”는 유명한 명제를 선언하기도 합니다. 진짜 저널리스트보다 마케터가 먼저 새로운 저널리즘을 얘기한 거군요?

 

▲(왼쪽) 래리 라이트. 2002~2005년 코카콜라 글로벌 CMO. 現 글로벌 컨설팅회사 Arcature CEO
 (오른쪽) 톰 포렘스키. 前 파이낸셜 타임즈 기자. 現 Silicon Valley Watcher 발행인

 

이후, 코카콜라, HSBC, 제너럴 일렉트릭, 레드불, 아메리카 익스프레스 등 굵직한 글로벌 브랜드들이 연이어 ‘브랜드 저널리즘’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기업 채널(온드 미디어 owned media)’을 론칭하고 성공하면서, 국내에도 “브랜드 저널리즘 한 번 해볼까?”하는 기대심리가 생겨났고 실제 선도 기업을 중심으로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코카콜라 저니 영국 로컬 메인 페이지(www.coca-cola.co.uk)

 

하지만 2015년, 삼성 투모로우를 삼성 뉴스룸으로 개편한 삼성이 “큰 변화나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한 사례에서 보듯이, ‘저널리즘’이라 불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아직은’ 저변에 깔려 있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코카콜라는 “매스미디어를 통한 광고를 하지 않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선언(2013)했지만, 브랜드-언론이 상호 공생적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서로를 배려하려는 의도이자 ‘선도(Leading)’의 부담감을 조금은 덜어보려는 의중으로 읽히기도 합니다(물론 “그래 봤자 블로그일 뿐”이라는 생각의 관성도 있을 수 있겠죠~?).
오늘 피알원 블로그에서는 다 알지만, 다 알진 못하는 브랜드 저널리즘을 통해 우리나라 브랜드, 콘텐츠, 플랫폼 현주소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사과는 이렇게 하는 겁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 뉴스룸” | news.samsung.com/kr

 

▲삼성전자 뉴스룸 메인 페이지

 


이번 갤럭시노트7 사태로 삼성전자는 리콜과 단종, 보상으로 약 7조 원이 더 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식 즉, 브랜드 밸류 측면에서의 손실은 모르긴 몰라도 더 막대하겠죠. 최근 비행기 안내방송에서도 “갤럭시노트7을 소지하신 분은 반드시 전원을 꺼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콕! 집어 말할 정도라고 하니 삼성전자의 속마음이야 어지간할까요?

 

▲지난 8월 19일 판매 개시부터 불과 5일만에 ‘충전 중 폭발’ 주장이 제기되면서 불 붙은 ‘갤럭시노트7 사태’
삼성전자는 1차 리콜 및 교환 이후에도 같은 문제가 계속되자 2차 리콜을 실시하고 단종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처하는 삼성전자의 위기관리 체계는 일단 “Good job”이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세간에서는 “삼성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평하기도 하던데요. 물론,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N유업의 사례처럼 도덕성〮윤리성 측면에서 국민 정서를 건들지도 않았다는 좋은 여건이 있기는 했습니다만, 삼성이 이번 사태에서 보여준 ‘신속한 인정(구차하게 변명하지 않음)’과 ‘신속한 사과’ 그리고 ‘빠른 리콜 결정(솔루션)’은 (어떤 면에선) 위기관리의 좋은 본보기가 아닐까 싶습니다(검색 창에 ‘사과의 법칙’을 한 번 쳐보세요~).

 

▲제품 한 가지에 대한 솔루션만 제시하는 것이 아닌, 공론화가 예상되는 이슈까지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삼성의 위기관리 사례는 브랜드 저널리즘 관점으로 접근해도 좋은 스터디 케이스가 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대표기업의, 한국의 자랑스런 국가대표 제품이므로 사회문제로 부상하는 건 당연하니, 이 점을 브랜드가 잘 알고 사익을 내비치기보다는 저널리스트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접근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후속 조치 역시 뉴스룸을 통해 ‘공표’

 

갤럭시노트7 사태 속에서 2015년 말 ‘삼성 투모로우’에서 개편된 ‘삼성 뉴스룸’의 존재가 다시금 주목받았는데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에 대한 사실상의 단종 결정에 대한 대외적인 공표를 언론보도와는 별도로 ‘삼성 뉴스룸’을 통해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갤럭시 노트7 교환품 판매와 교환을 중단합니다”는 기사를 시작으로, 교환 및 환불에 따른 고객 사은 프로그램 운영, 협력사 부품 재고 보상 등의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어찌 보면 ‘삼성 뉴스룸’에게는 전화위복과 브랜드 저널리즘의 존재 증명의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좀 더 지켜볼 화두이기는 합니다).

 

삼성전자 뉴스룸은 크게 6개 카테고리(기업뉴스, 제품뉴스, 특별기획, 오피니언, 프레스센터, 멀티미디어) 구성을 갖추고, 대행사 협업 체제로 매일 콘텐츠가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브랜드 저널리즘 역시 ‘저널리즘’이듯 기존 1인칭 브랜드 관점이 아닌 3인칭 전지적 브랜드 관점에서 삼성 관련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기에 ‘광고 같은 광고’, ‘홍보 같은 홍보’에 대한 부담감은 빼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즐겨보시죠.

 

무한도전 보고 있나? 방송국을 위협(?)하는…
현대카드 “채널 현대카드” | channel.hyundaicard.com

 

브랜드 저널리즘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지난 3월 론칭한 ‘채널 현대카드’입니다. 작은 의미에서 보면 채널 현대카드는 ‘저널리즘’이라고 부르기엔 좀 부족한 모양새입니다. 그러나 ‘매력’과 ‘규모’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이렇게 또 섹시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미스터리한 구석이 있기는 합니다. 페이스북 등 여타 소셜네트워크채널을 통한 확산 전략(?)을 펼치지 않는 데다, 이정재가 MC를 보는 프로그램의 조회수가 1천 건 미만도 있으니… 게다가 죽 훑어보다 보면 ‘브랜드 저널리즘’이란 단어는 머릿속에서 SSG(쓱) 사라지고 “이거 그냥 방송국인데?”라는 생각에 압도당하고 마는군요. 아무튼… 이 플랫폼은 다른 브랜드 저널리즘과는 다른 관점 즉, ‘동영상 콘텐츠를 통한 기업 철학의 플랫폼화’ 측면에서 봐도 좋을 것 같네요. ‘브랜드는 이데올로기가 된다’는 어마어마한 자신감을 내비친 현대카드 아니겠습니까?


 

 

 

▲ <채널 현대카드> 메인 페이지. 딱 봐도 풍성~하네요

 

채널 현대카드의 캐치프레이즈는 ‘세상을 보는 현대카드의 관점을 담은 미디어’입니다. 레드불TV(www.redbull.tv)를 벤치마킹 했다고 하는군요? 텍스트는 많지 않습니다. 동영상이 주인공인 콘텐츠 플랫폼이죠. 동영상이 대세인 것은 뻔~한 얘기 아닙니까?

플랫폼 론칭 당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금은 매체전략이 모든 마케터들의 악몽”이라며 “공중파, 종편, 본방사수, 다운로드, 인쇄, SNS, 유튜브, 극장, 온라인, 모바일의 복잡한 방정식에 아무도 자신 있는 정답이 없고 각 사의 입장과 역량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있다”고 채널 현대카드 론칭 배경을 설명한 바 있습니다. 현대카드가 매체를 만들겠다는 선언으로 읽힙니다만…

채널 현대카드에 직접 접속해보시면 알겠지만, 셀럽을 상당히 많이 활용하는 모습입니다.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론칭 초기 화제성을 위한 것이겠죠? 물론 브랜드 콘텐츠 플랫폼이므로, 브랜드 렐러번스를 놓치지 않습니다. 주 촬영지가 현대카드의 디자인 라이브러리, 뮤직 라이브러리, 트래블 라이브러리 등인 것 봐도 알 수 있죠. 얼핏 봐서는 기존 텔레비전 콘텐츠를 옮겨놨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네요. 실제로 TV 프로그램 PD 출신이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격주 발행이라네요.


▲“60초 풀버전 TV광고비는 어마어마해서 15초까지만. 원본은 채널 현대카드에서”라는

뼈 있는(?) 카피를 태운 채널 현대카드 TVC 15”
이번 광고 시리즈는 어려운 말로 ‘좀 교조적인 느낌’이 있긴 하지만…^^;;

 

 

현장 속으로!
CJ그룹 “크리에이티브 저널(Creative Journal)” | blog.cj.net

 

▲CJ그룹이 지난 해 5월부터 자사 블로그를 리뉴얼, 운영 중인 ‘크리에이티브 저널’ 메인 페이지

 

CJ그룹은 2015년 5월부터 자사 블로그 운영을 마케팅팀에서 홍보팀으로 옮기면서 그 타이틀을 ‘크리에이티브 저널(Creative Journal)’로 변경해 운영 중입니다. 여느 브랜드 저널리즘 채널이 그러하듯이, 기존 블로그가 다루던 단순 ‘라이프스타일 관련 단순 콘텐츠’보다는 좀 더 ‘브랜드’에 근접한, 소비자가 잘 몰랐던 CJ그룹의 이야기를 저널리즘의 관점에서 다루는 데에 차별점이 있습니다. 즉, 현장 중심형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건데요. 때문에 콘텐츠는 좀 더 다양다종화됐고, CJ그룹 입사를 준비하는 사람 등 방문객의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하네요. 이러한 추세를 바탕으로 언드미디어(earned media), 페이드미디어(paid media)와의 믹스를 검토하고 있다고도 합니다. 월 13~15회 정도 발행한다고 하는군요.


홈페이지도 올드미디어다!
신세계그룹 “SSG블로그” | www.ssgblog.com

 

신세계그룹의 행보는 좀 더 과감합니다. 그룹 공식 홈페이지를 아예 없애버린 것인데요. 그 대신 SSG블로그로 통합하는 결단을 내린 것이죠. 변화하는 미디어에 발 빠르게 발맞춰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차피 홈페이지조차도 지금 같은 트렌드 안에선 ‘올드미디어’일 뿐일 수도 있으니까요. 유명무실해진 홈페이지를 붙잡고 있는 건 인력 낭비, 자원 낭비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 공식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브랜드 저널리즘으로 통합한 신세계그룹 SSG 블로그

 

실제로 SSG블로그로의 통합 이후 “읽을거리가 많아졌다”는 게 세간의 평입니다. 기존 홈페이지의 경우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취업준비생 정도만 활용하는 게 현실이었는데요, 낭비라면 낭비일 수 있겠죠. 통합 채널 론칭 이후엔 내부에서도 “지금은 패션•뷰티•푸드•리빙•여행•문화 등의 최신 트렌드와 계열사 쇼핑정보, 회사 사람 이야기 등을 담아내면서 일반 유저들이 읽을거리가 풍성해졌다”고 평가한다고 하네요.
SSG블로그는 또한 그저 ‘방문자 수’에 집착하기보다는 ‘이용자의 체류시간’에 공을 들이는 모습입니다. The PR의 기사에 의하면, 신세계 관계자는 “방문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진 않았지만, 한 번 방문했을 때 체류 시간이 3분 가까이 된다”며 “우리나라 일반 블로그나 개인 블로그는 방문자가 머무는 체류 시간이 평균 15~16초밖에 안 되는데, 3분이 넘어간다는 건 들어와서 실제로 콘텐츠를 들여다본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고 하네요. 매주 발행합니다.

 

#스토리에서 미디어로 격상?!
SK그룹 “미디어 SK” | mediask.co.kr

 

 

SK그룹은 지난 4월 7일, 기존 자사 블로그 ‘SK스토리’(2010년 론칭)를 ‘미디어SK’로 개편했습니다. 크게STORY, PEOPLE, MAGAZINE, NEWS 네 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돼 있는데요. 이 중 ‘MAGAZIN’ 카테고리가 이번 리뉴얼에서 신설됐습니다. ‘브랜드 저널리즘’으로서의 성격을 대표하는 카테고리인데요. 내•외부 전문가 필진이 참여해 산업 트렌드와 인사이트, 라이프스타일 정보 등을 담고 있습니다.

 

▲스토리 카테고리 ‘햎스타그램’ 아카이브

 

고객 참여 공간도 있습니다. 사실 이번 개편은 ‘고객참여’가 포인트라고 하네요. ‘스토리’ 코너 안에 마련된 ‘#햎스타그램’은 ‘해피 인스타그램’의 준말로, SK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고객들이 시즌별•주제별로 올린 작품을 게시하고 있습니다. 마이리틀블로그 역시 고객 참여로 운영됩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인터뷰이를 사전에 공지하고 댓글로 질문을 받아 구성하는 형식이죠. 에세이 코너는 행복을 테마로 셀럽들이 필진으로 참여한다고 하네요. 매일 발행한다네요. 부지런합니다.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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